두 줄 요약
이런 종류의 글은 예외없이 맨 앞부분만 열심히 읽어도 된다. 보통 저자들이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도입부에 혼신의 힘을 다해 써두고, 뒷부분은 잘 생각해보면 뻔한 내용을 굳이 친절하게 반복해줄 뿐이기 때문이다. 중급 이상의 고수라면 두 줄 요약만 읽고 그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과감한 추측을 던지고, 필연적으로 그것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논박되며, 사실에 더 적합한 새로운 추측이 발견되어야 한다.
서문
나의 누적된 통찰을 2026년 7월의 언어로 적어낼 것이다. 아무 필터링도 없이 날것의 개성을 드러낼 것이므로 독자는 올바름, 도덕, 윤리의 선(善)이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2023년 2월에 작성한 ‘내가 일하면서 배운 것’이라는 글이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정말 날카롭게 잘 적은 글이라고 느껴진다. 더 어릴 때 잘 모르고 적은 글이라 해상도가 떨어진다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과거에 작성한 글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나의 변화를 엿보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
이쯤 왔으면 남아 있는 중급 고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두 줄 요약만 읽고 ‘역시 나야 ㅋㅋ 대충 알겠네’ 하면서 이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이다. 사실 이 글은 독자를 초고급 고수로 만들어 주는 비법 묘리를 담고 있어, 누구나 끝까지 읽기만 하면 순진한 중급 고수들을 놀려먹을 수 있는 내공을 자동으로 갖추게 된다. 초고수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나 하나씩 따라와 보도록 하자.
생각의 원천
사실 끝까지 읽는다고 해서 초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남의 생각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생각의 원천’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한 원천은 ‘왜’라는 한 글자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서문의 두 줄 요약은 중급 고수를 놀리기 위한 가짜 요약이다. 진짜 요약은 아래에 있다. 아래 문장은 칼 포퍼의 주장에 ‘왜’라는 질문을 대하는 나의 세계관을 녹여낸 것이다.
질문은 가장 높은 수준의 능동이다. 나의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항상. 가장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필연적으로 그것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태동하고, 또 다른 능동을 낳는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시작한 순간, 멈출 수 없는 독립된 지성체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적은 도입부는 진짜로 끝났으니 자유롭게 이탈해도 된다.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
지금부터는 나의 답변이다. 인생의 답안지를 보기 싫은 사람은 즉시 이탈하기 바란다. 언젠가 말했던 적이 있는데, 문장이 물음표로 끝나야만 질문인 것은 아니다. 생각에 대해 더 논의하고 싶다면 언제든 누구든 나에게 메일을 보내도 좋다. 답신 여부는 질문의 품질에 달려있다.
근데 쓸라니까 귀찮다. 옛날에 꽤 잘 써놨는데 굳이 써야하나? 마음 내킬 때마다 하나씩 추가해 보겠다. 7월의 언어로 적겠다고 했으므로 8월부터는 최종본이다.
그리고 사실 혼신의 힘을 다해 적은 묘리는 끝난 게 아니라 중간에 교묘하게 숨겨놨다. 진짜 묘리를 발견한 독자들은 순진한 위장 고급 고수들을 신나게 놀려 주도록 하자.
제약의 인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제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제약을 많이, 정확하게 인지할수록 해결책이 기하급수적으로 정교해지고 문제 해결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문제의 진짜 어려움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일이 뭔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본인이 주어진 제약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환경, 운, 권력, 정치, 타인, 구조를 탓하는 것은 스스로의 성장을 제한하는 행동이며, 문제 해결 의지가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제약을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은 당장의 해결 여부가 아니라, 동일한 문제를 다음에도 실패할 것인지의 결정이다.
예를 들어, 소개팅에서의 제약은 외모, 키, 학벌, 직업, 집안, 재산 등이 있는데 매번 서류컷만 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메타인지가 망한 상태로,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소개팅의 진짜 어려움은 지피지기에 있다.
설득의 방법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남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충분히 똑똑한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고민해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상황을 제약으로써 받아들이고 온전한 나만의 문제로 치환해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면 된다. 사실 꼭 이상적인 세상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나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할 리가 있는가? 이 간단한 묘리만 알면 당신도 설득의 고수가 될 수 있다.
이야기의 힘
그 묘리는 바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야기는 상상하는 것이다. 청자가 공백을 채워넣어야 한다. 공백이나 심지어는 왜곡이 있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진짜였으면 좋겠는 이야기를 실천 방법과 함께 들려줄 수 있다면 누가 그 이야기를 마다할 수 있을까? 장면의 공백을 청자가 채우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동의를 구하는 것을 넘어 자원까지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와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해결책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본인의 강함이 아직 설득에 필요한 강함의 크기보다 작은 것이므로 더욱 수련에 정진하면 된다.
사실 이야기를 들으면 창의력을 더 쓴다는 주장은 검증된 바가 없다. 이 이야기에 반박하고 싶었다면 거짓으로, 그렇지 않다면 사실로 믿으면 된다. 이 이야기가 미흡하다면 당신이 공백을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당연히 미흡해야 하는데 6초의 고민 후에 즉석에서 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 이야기의 허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의 강함은 나보다 낮은 것이다. (ㅋㅋ ㅈㅅ)
논리의 힘
논리로 찍어 누르는 방법도 있다.
논리는 연장이고, 연장을 들면 무기이고, 무기를 들면 괴한이고, 괴한이 무기를 휘두르면? 파국이다. 논리를 든 괴한은 존재만으로 상대를 긴장시킨다. ‘논리 -> 파국’ 논리를 제시한 나도 독자들에게 괴한이지만, 압도적인 논리를 마주한 독자들은 방어의 의지가 없었을 것이다. 나처럼 일방적으로 폭행할 자신이 없다면 싸우지 말자. 싸우면 결론은 권위 또는 감정의 호소로 맺어진다. (‘논리 = 연장’이라고 했으니 첨언하자면 논리는 큰 정밀함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설득이 목적이라면 아무 논리나 주장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주장이 닿아있는 가장 높은 문제보다 더 높은 문제를 제시하고, ‘당신의 방법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약점이 있습니다. 나의 더 우월한 방법을 채택하면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완벽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이때 당신의 제안은 더 낮은 문제도 정확히 해결해야 하며, 상대방의 숨은 의도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주장이 완벽하고 상대방이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방법은 작동한다.
나는 이 방식으로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그러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라고 주장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재직 내내 최고의 인사 평가만 받은 경험이 있다. 인사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더 근본적인 관점’은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 ‘이렇게 하면 회사의 목표와 정렬이 되는가?’, ‘이것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와 같은 것이었다.
설득과 사기
그렇다면 설득과 사기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청자가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알게 되어도 이 이야기가 살아남는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상대방을 가슴 뛰게 하고, 다음을 상상하게 하고, 그 이야기에 구태여 흠을 잡고 싶지 않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쓰는 사람을 ‘위대한 사업가’라 부르고, 또 다른 말로는 ‘위대한 사기꾼’이라고도 부른다.
당신은 내가 아는 것을 모두 알아차렸는가?
싸우지 마라
내가 20살부터 SWE, Staff SWE, PM, PO, TL, UI/UX Lead, PO Lead, HR Head, Engineering VP, CFO, CTO, VP, Co-founder, CEO, 여하튼 구글까지 6개 회사 다니면서 나랑 말 섞을 수 있는 사람이랑 다 싸워봐서 아는데
아——-무 부질 없다. 상대방이 멍청해서 싸우는 거면 싸워봤자 들어먹지도 않는다.
자기보다 멍청한 사람 말 듣기 싫은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똑똑한 사람일수록 멍청한 소리 듣기 싫어한다. 멍청한 것을 마주치는 것은 자연재해 같은 것이다.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싸운다고 버티면 살 수 있을까? 당신이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자연재해는 주어진 제약이고, 우리는 주어진 제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감성적인 위로이고,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예를 들어, 전역 상태를 볼 수 없는 개체는 관리자의 성능과 무관하게 관리자를 존중해야 한다. 스케줄러가 답답하고 해서 프로세스가 난장을 피우면 안 된다. 고립되어 있는 프로세스가 무작정 스케줄링에 난입하는 것은 모니터 끄고 스피커 뽑고 게임하는 것과 같다. 스케줄러만이 다룰 수 있는 정보와 수행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성능이 나쁘더라도 프로세스는 스케줄러를 존중해야 한다. 주어진 스케줄러에 맞춰 프로세스를 최적화해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직장 상사라고 해보자. 직장 상사의 위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수행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성능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를 존중해야만 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정보를 당신이 모두 알게 된다면, 어쩌면 당신은 그의 숨겨진 위대함을 알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잘 모르면서 욕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오묘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의 회사 생활은 불행해진다.
참고로 나는 내 매니저와 사이가 매우 좋고 그를 존경한다.
평균의 위대한 승리
세상은 천재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평균의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생각의 깊이
생각의 깊이는 말에서 드러난다. 충분한 맥락 속에서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본인의 생각이 훨씬 깊어서 그것이 무의미하게 들리거나, 본인의 생각이 훨씬 얕아서 그것이 추상화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얕은 생각을 들었을 때 몇 문장만 듣고도 그것의 깊이를 파악할 수 있다.
시야의 넓이
생각의 깊이만큼 중요한 것은 시야의 넓이이다. 주어진 목표만을 매우 잘 달성하고자 한다면 시야의 깊이를 좁혀야 한다. 시야를 넓히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자원을 소모해야 하고, 시야가 넓어지고 나면 기존의 작은 목표들이 사소해지기 때문이다.
일이 추상화 됨에 따라 시야의 넓이는 확장되어야 한다. 본인이 가진 시야보다 더 큰 일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나의 생각은 내가 보는 시야 안에서만 깊어질 수 있다.
목표를 찾아라
목표가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 목표가 없는 일은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다른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목표가 없는 일은 아무런 성과도 정의할 수가 없다. ‘이걸 왜 하는 건데?’, ‘이걸 하면 뭐가 좋은데?’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목표 위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목표를 계속 타고 올라가서 마지막에는 회사의 비전과 철학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나의 목표가 상위의 목표 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내 성과는 큰 틀에서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든 순이익을 짜내지 않으면 월급이 밀릴 위기에,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 3천만원을 태워버리면 불난 집에 수류탄 던지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편, 구글과 같이 큰 회사는 개인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위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생존의 위협
인간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개인의 생존에 최적화된 비이성적인 행동을 목격했다면, 그는 현재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 있다고 해보자.
- 회사의 가치: 100억 —(성장)—> 1조
- CTO의 역량: 500억 —(성장)—> 2000억
CTO는 회사를 이성적으로 떠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CTO는 고민할 틈도 없이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털고 다음 커리어로 점프할 수 있다면 난놈인 것이고, 이상한 정치질만 하다가 어느날 사라진다면 못난놈인 것이다.
유유상종
나는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니체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스치면서 유유상종 클러스터를 수정해 나간다. 클러스터의 형성은 의도와 관계 없는 자연의 섭리와 같은 것이다. 본 비법 내공서에서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의 근묵자흑 클러스터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두 클러스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종속만으로 악의 자행을 부추긴다는 점에 있다.
회사에서 비이성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그들만의 성역을 쌓는 집단을 주의하도록 하자. 여기서 말하는 회사에서의 무리란, 그들끼리 모여 수상하고 음침한 음모를 꾸미는 집단을 의미한다. 예시로는 그들끼리 작당하여 3시간이 적당한 일에 의도적으로 3일을 제시하거나, 업무와 관련 없이 사익을 위해 업무 자원을 소모하는 집단이 있다. 이러한 집단은 최초에 유능의 가능성이 있는 꿀벌이 모여 형성되지만, 종국에는 꿀 중독 혈당 스파이크로 인한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예시로는 민초의 결집이 있다. 위기에 처한 이들끼리 군체를 형성하는 경우이다. 이들은 개인으로서는 이성적이지만, 왕벌이 등장하여 무리를 이룰 경우 급속도로 자아를 상실하게 된다. 회사에서 그들을 공격하게 되면 온갖 치사한 권모술수가 발동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땔감이 많을수록 화마가 커지는 법이니 규모가 큰 군집일수록 멀리하도록 하자.
마치며
사실 진짜 묘리는 애초에 없었다. 각자가 고유한 생각의 원천을 가지길 바란다. 메롱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