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6일 금요일, 내가 겨우 만 22살 지났을 때
지갑에 있는 돈 다 꺼내 주면서 택시 타고 가라고, 왜 그랬어요 아저씨
그 연구실 다닐 때부터 들고 다니던 썩어빠진 까만 지갑 있잖아요 그거
그날 청담동에 밥도 비싼 거 멕이고 우리 그때 말 튼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잖아요
저는 요즘 아저씨 때문에 굳이 반지갑 들고 다녀요 날도 더운데
아씨 근데 이거 괜히 비싼 가죽 샀더니 물 묻으면 번지고 열받게 ㅋㅋ
그냥 저도 현금 가지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 그때 당신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아
그냥 술 취했던 거면 꿈에라도 나와서 빨리 말하고 가세요
오늘 해 뜨면 보러 갈라니까 이따 알려주시던지
그 저번에 보니깐 졸라 거만하게 저 위에 있더만 모가지 아프니까 아래층으로 좀 내려오세요 ㅋㅋ
근데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아니 도대체 뭐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시비만 걸고 다니고
욕만 안 했지 차라리 욕을 하고 다니는 게 나았을 것 같은 미친놈이 뭐가 예쁘다고 싸고 돌았던 거에요
사고 치면 수습하고, 쳐놀고 있으면 일하는 척이라도 시키고, 영어 공부 시키고, 자기가 다 해놓고 내 성과로 던져주고, 연봉 2배 올려 주고 (지금은 4배 됐음 ㅋ), 비싼 밥 먹이고, 비싼 술 먹이고, 집에 불러서 요리해주고, 캠핑 데려가서 불 피워주고, 밤에 불러서 속초 데려가고, 낮에 불러서 드라이브 가고, 일본 데려가고, 스키 태워주고, 별 보여주고, 잔소리하고, 뭐가 그렇게 이뻤는데요
제가 당신 나이가 되면 당신보다 더 잘할 거라는 말, 진심이라는 말,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저는 당신의 높이가 가늠되지 않는 걸요
저는 아직도 커피 먹고 일 안 하고 딴짓하고 아직도 버릇 못 고쳤어요
에휴
고맙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얘기한 기억이 없네요 이 생각만 하면 돌아버릴 것 같은데
어쩌겠어요
에이 ㅆ발 세상 참
그냥 맨날 같이 커피 내리면서 히히덕 거리던 게 저의 미숙한 표현이었습니다.
뭐 당신은 나보다 똑똑하고 나이도 많으니까 알았겠지만요 ㅎㅎ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