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대상을 향한 몇 가지 감정(집착, 믿음, 존경, 헌신, 이해, 의지, 응원, 양육, 용서, 기쁨, 분노, 슬픔, 기대, 실망)의 크기이다. 대상을 사랑할수록 절실하고,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결정의 빈도가 높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찰나조차 되지 못하는 핏덩어리에 색을 칠하고, 음악을 트는 멍청한 짓의 상대적인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희망이다. 개인이 가진 사랑의 크기는 삶의 의지, 미련, 의미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제 드디어 나는 세상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은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대상을 사랑하는 ‘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대상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랑해’라고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도.
나는 나의 세계를 가장 사랑한다. (‘나를 사랑한다’라고 적었다가 ‘나’가 뭔지 모르겠어서 바꿨다) 부모님은 많이 사랑하고, 애인은 지금은 없지만 정말 많이 사랑했었고, 스승님도 정말 많이 사랑했었고, 구글 친구들도 많이 사랑한다. 귀여운 내 차, 와인, 사진, 커피, 위스키, 책, 핸드폰, 노트북, 매니저, 베개, 헬스, 미원, 키우는 식물, 사는 집, 며칠 혹은 몇 주 뒤에 이 글을 몰래 보고 있을 음침한 친구들, … 을 사랑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지역구 의원, 부정선거, 명동파크여인숙 같은 건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인류의 멍청함에 환멸을 느끼고, 인류의 위대함에 경외심을 가진다. 인류의 악함에 우울하고, 인류의 선함에 의지한다. 인류의 무가치함에 회의를 느끼고, 인류의 아름다움에 집착을 가진다.
그리고 이 또라이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첫번째 병신은 나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