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8

작년 10월에 ‘코딩 존나 노잼’이라는 글을 적었다. 뻔한 것과 노가다는 하기 싫고, 이제 머리가 많이 커서 내 수준에 뻔하지 않은 건 큰 리스크가 따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엔지니어가 코딩을 거의 안 하는 지금에서야 코딩하는 게 재밌어졌다. 내가 개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 뻔하고 재미없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었고
  • 알기만 하면 되는 단순 정보 노동을 마치 대단한 기술인 양 포장하는 행태들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어디든 안 그런 게 있겠냐만…)
  • 진짜 어려운 엔지니어링을 할 일이 없었고
  • 진짜 멋있는 제품을 만들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 노가다 AI가 다 해주고
  • 모르는 거 AI가 다 찾아주고
  • 진짜 어려운 문제가 있는 회사에 다니고
  • 세상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예이~~~ 신난다!

코딩 존나 유잼!


올해는 어쩌다보니 연애도 안 하고 있고 (ㅜ_ㅜ) 요가도 하다보니 (!) 남는 에너지가 내면으로 몰리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해로 보내지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 미워하는 것, 자랑스러운 것, 후회스러운 것, 입는 것, 먹는 것, 타는 것, 좋아하는 곳, 아픈 곳, … 잘 신경 쓰지 않고 지내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에겐 항상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었다. 이를테면 득도해서 초연해지는 모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 부자가 되어 있는 모습,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 모습, 열심히 운동해서 3대 500을 넘기는 모습, … 그런 것들이다. ‘목표가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라고 읽힐 수 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그냥 사랑하기로 했다!

사랑하면 아무래도 좋다. 스쿼트 200kg을 드는 나 대신, 건강해지는 내 모습을 사랑하면 된다. 열반에 오르는 나 대신,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때로는 섬세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내가 있으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사랑하기로 하니까 나의 말투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이 나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나의 사랑의 말투를 종종 따라하곤 한다. 사랑이 사랑을 타고 세상으로 널리 퍼지면 좋겠다!

무언가를 ‘선’으로 규정하면 반드시 상대적인 ‘악’이 생겨나고, ‘선’한 영향력은 ‘선’이 아닌 것들에게 폭력으로 다가가기에, 무언가를 ‘선’으로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지와 나태와 폭력을 고백하는 일이기에, 지구는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있을만큼 단순한 행성은 아니기에, 사람들이 그저 사랑했으면 좋겠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지하고 나태하고 폭력적인 ‘악’으로 규정하는 건 아니고 (ㅎㅎ) 그냥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요즘 아무 정제를 거치지 않은 (혹은 거쳤더라도 수준이 너무 낮은) AI스러운 무언가(e.g., 글, 코드, 숏츠, 영상, 음악, 서비스)를 접하면 멀미가 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고 진짜로 어지러운 느낌이 난다. 그리고 딸깍 후에 아무런 정제도 거치지 않은 그 ‘사람’에 대한 화가 뒤따른다. 이해할 수 있고 나도 많이 딸깍하지만 나는 아직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초월하지 못했다. 작년 10월에 점점 깊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라고 블로그에 적었다. 1년 사이에 정말 빠른 속도로 세상의 깊이가 얕아지는 게 느껴진다. 아, 과거의 나, 정말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구나! (ㅎㅎ ㅋㅋ).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막을 이유도 없다. 왜냐? 압도적으로 싸니까. 압도적으로 생산적이니까. 올해 1월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비용의 감소가 아니라,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한 비용이 압도적으로 감소되었을 때 일어나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혁신이다. 이미 패러다임은 바뀌었고, 패러다임은 돌아가지 않는다. 아, 과거의 나, 정말 시대를 어디까지 앞서 가버린 거야? (ㅎㅎ ㅋㅋ)

뤼이드 다닌 사람만 아는 밈: 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 서두르세요. 당신은 늦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딸깍이 보편화 되면서 생긴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조그만 소속사 아이돌 노래들 중에 진짜 말도 안 되는 (;;) 노래들 많았는데 요즘엔 딸깍하면 평균의 음악이 쏟아진다. 그리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웹사이트들 (;;) 많았는데 요즘엔 그럭저럭 만드는 것 같다. 양날의 검으로는 AI 검색/답변이 있는데, 정보의 접근이 혁신적으로 편해졌지만 그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2-depth 이상 생각하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아졌고… (;;) 진짜 한숨만 나온다.


2026-09-15

프로젝트도 런치하고 승진 준비도 끝나서 너무 행복하다 ^-^ 근데 떨어지면 XX하고 싶을 듯 !

프로모 문서 쓰기 <-- 진짜 개스트레스 REDRED 레전드 사건;; 고3이 자소서를 이 수준으로 쓸 수 있으면 9등급도 서울대 갈 수 있음 ㄹㅇ (구라 아님)

밑에서 내가 실력이 모자라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냥 일이랑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거였을지도? ^-^

이제 신나게 개발해야지 ~~~


2026-09-01

너무너무 떠나고 싶다.

마음이 많이 피로한데 매일매일 일에서 스트레스 받는다.

승진 준비는 1) 끝이 없고 2) 어렵고 3) 피드백이 끊이질 않고 4) 불안함에 5) 타임라인에 맞춰 프로젝트까지 어거지로 shift 해야 하니 너무너무 하기가 싫다. 나는 일을 개인의 생존에 최적화 하는 걸 진짜 너무너무 싫어한단 말이야! 하기 싫어하면서 시간 날리는 나를 보고 있으면 더 하기 싫어진다.

요즘 하는 프로젝트는 처음 셋업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다. 최근에는 여기저기 휘둘리다 보니 길을 잃은 느낌이다. 나 혼자 하는 일이라 내가 일을 안 하면 성과가 안 나는데 tracking 해라, 보고해라, 발표해라, 문서로 남겨라, 이것도 신경 써야 한다, 이거 먼저 해라, 저것도 해라, 이거 써서 해라 … 일은 추가만 되고 나는 글만 쓰고 있으면 정작 일은 누가 언제 하냐! 프로젝트 난이도와 주변의 기대에 비해 짬에서 오는 노련함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들은 전부 내 실력이 모자라다는 고백이다. 작은 조직에서 길러온 나의 역량과 큰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 사람들은 나의 잘하는 부분만 보면서 ‘당연히 이것도 잘하겠지?’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내가 내 매니저만큼 이야기를 잘 짜고, 글을 잘 썼다면 딱히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우리 팀 테크리드만큼 경험이 많고, 엔지니어링을 잘하고, 우선순위 분배를 잘 하고, 적극적이었다면 딱히 휘둘리거나 계획이 변경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근데 si발 난 L3잖아!!!!!!!!^^?@!!??/ Yem뵹@ 이 돈 받고 이정도 하면 잘하는 거 아니야??

장난장난~ 농담~ ㅎ

거품이긴 하지만 난 7년차 엔지니어고, 훌륭한 스승 밑에서 배웠고,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다. ‘경력이 5년이나 있는데 신입으로 입사해도 괜찮겠냐’라고 물어볼 때 나는 ‘제가 잘하면 금방 올라가겠죠’라고 했었다. 쪽팔리게 L5도 안 달고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 쉬운 일만 하면 성장할 수 없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어쨌든 매번 잘 해내니까 ‘당연히 이것도 잘하겠지?’ 같은 기대도 받고, 시니어 디렉터한테 2주마다 발표하고, 성과도 잘 나고 있잖아!


밖에서는 구글이라 하면 천재, 신의 직장, 워라벨, 복지 같은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난 천재도 아니고, 이곳은 신의 직장도 아니고, 성과가 안 나면 ‘엄청나다’라는 말로 부족한 압박이 쏟아지고, 복지는 국내 대기업에 한참 못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족하는 건

  • 이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나보다 똑똑하다는 것
  • 내 역량의 100%보다 어려운 일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
  • 나만 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 자유롭고, 수직적이고, 유기적이고, 기계적이고, 정확하고, 모호한 곳이라는 것
  • 동료가 복지라고 주장하는 회사들 중에, 내가 아는 한 진짜로 동료가 복지인 유일한 회사는 여기 뿐이라는 것
  • 진짜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가 있고, 회사의 많은 부분이 문화, 자율, 선의에 기대며 그것이 지켜진다는 것
  • 월급 !

대기업의 안정감 같은 건 잘 모르겠고 사실 그런 건 관심도 없다. ‘너 인생 폈어 너 임마 이제 우리 식구야~’ 같은 생각은 딱 질색이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다음 발자취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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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je.kwon

2026-09-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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