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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특기자 전형을 꿈꾸는 학우 여러분들을 위하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3학년 권욱제


많은 학우 여러분들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줄로 압니다. 개중에서는 SW 특기자 전형을 생각하는 분들도 여럿일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첫 SW 특기자 전형을 경험한 제 주관, 그러나 객관적인 입시 결과에 기초한 제 주관으로 작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얕은 경험에 기초한 ‘권욱제’라는 고등학생의 주관이므로 비판과 객관의 시선으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입시는 상대적이지만, 동시에 절대적입니다.

입시는 상대적입니다. 입시는 같은 년도,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전형으로 지원한 학생들과의 경쟁입니다. 대학에서는 자체적인 기준과 인재상에 따라 이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일부 인원을 수용합니다. 따라서 전년도의 입시 결과와는 상관 없이 올해의 내가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거나, 올해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덜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전년도와는 크게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와 겨루게 됩니다. 남은 고등학교 생활 동안 남들과의 차별성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시는 절대적입니다.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대학우수하다고 평가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상관 관계를 가지고 위에서부터 입학 정원을 채워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위의 내용과는 반대로, 전년도의 입시 결과는 꽤나 정확하고 꽤나 객관적인 입시의 지표를 제공합니다. 그것이 정시나 학생부 교과가 아닌 학생부 종합과 SW 특기자일지라도 말입니다.


부디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지 마십시오.

‘선배가 어떤 내신으로 어떤 스펙으로 어떤 대학에 어떤 전형으로 붙었다. 너도 비슷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라.’

여러분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복사 생성물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의 특별한 고교 생활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풀어내시기 바랍니다.


수시는 ‘붙기 위해’ 쓰면 떨어집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써야합니다.

올해의 입시 결과를 보며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입니다. 정시라는 버팀목이 있다면 상향으로 써야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정시를 준비하지 않는 학우분들이라면 꼭 깊이 새겨들어주십시오.

길게 이야기 하진 않겠습니다. 항상 주변에 말씀드리지만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조언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자명한 것은 그들의 입시 결과는 분명히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 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러나 더 높은 내신을 갖춘 학생들은 전국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적어도 입시에 있어서는, 전혀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의 개발 ‘경험’은 SW 특기자 전형에 전혀 유리하지 않습니다.

많은 학우들이 큰 착각을 합니다: ‘내가 이 정도로 개발을 잘 하고 이만큼 만들어봤는데 나는 이 정도 학교는 합격할 것이다’

개발이라는 것은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는 레고 조립과도 같습니다. 라이브러리를 많이 알고, 그 사용법을 잘 알고, 문법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대학이 아닌 회사에서 더 잘 배울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이지 회사가 아닙니다. 언어의 문법과 라이브러리의 사용은 절대로 academic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운로드 수 얼마짜리 앱을 개발해서 대학에 붙었다더라’ 하는 왜곡된 선례/소문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그 선배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운로드 수개발 능력 따위가 아니라, 어떤 앱 만들었는가를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다운로드 수 100만짜리 불법도박 앱과 100짜리 사회복지 앱이 있을 때 후자의 개발자가 대학에 합격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런 허접한 앱이 내 엄청난 기술을 가진 앱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다’라는 착각에 쉽게 빠지는 이유입니다.

‘개발도 못하는 사람을 뽑다니 입시는 불공평하다’라고 오인하는 이유입니다.

2018-03-14 추가

개발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라이브러리를 알고, 문법을 잘 아는 따위의 것이 아닌 정말로 개발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사회복지 앱을 예로 들었다고 해서 “공익적인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개발이 레고 조립과 같다고 한 것은 과장과 생략을 거친 비유적 표현일 뿐 절대로 현업에 계신 개발자 분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또한 개발을 사랑합니다!)

글 말미에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당신의 개발 경험은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공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경험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한 것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생활기록부와 상장에 더 잘 나타나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류 쪼가리로는 여러분들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 보일 수 없습니다.

대학은 ‘미래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10년 전의 것이 현재에 존재하는가? 현재의 것이 10년 후에도 존재하는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여러분들은 분명히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또한 공학도의 길을 준비하며 ‘공학적인’ 프로그래밍을, 보안을, 네트워킹을, 창업을 해보았습니다.


이미 잘하면 대학에 뭐하러 갑니까?

그렇게 잘하면 회사로 가세요. 대학에 뭐하러 갑니까?

대학에서는 더 이상 배울게 없는 사람을 왜 뽑아야 합니까?

자신이 왜 대학에 가는지, 내가 지원하는 대학의 인재상은 무엇인지, 내가 지원하는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내가 대학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학에 지원할 자격이 없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논리사고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언급하는 것들이 프로그래머에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지루하고 피곤한 주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진 않겠습니다. 저는 ‘Yes, certainly’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이번 입시 결과를 두고 ‘넌 알고리즘 공부해서 좋겠다. 개꿀빨았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안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라이브러리와 언어의 문법을 많이 아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입시에서, 대학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분명합니다. ‘우린 너에게 모든 배경을 주었다. 이를 이용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훌륭한 논리를 작성해보아라.’ 실제로 올해 동국대학교와 한양대학교 SW 특기자 전형은 사전지식 없이 풀 수 있는 논리 사고에 기초한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이것은 논리 사고력이 인재를 평가하는데 있어 놀라울만큼 효율적이고 정확한 평가 기준이 되는 까닭입니다.

Problem Solving(PS) 또는 Competitive Programming(CP)은 논리 사고력을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수학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미적분 공식 안다고 수능 문제를 풀 수 없듯이, 알고리즘 몇개 안다고 PS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PS는 논리를 얼마나 잘 펼치느냐가 중요한 분야입니다. PS 또는 CP를 공부했다면 논리 사고력이 증진되는 것이 당연하며, 알고리즘은 문제를 풀기 위한 배경지식으로 습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알고리즘을 공부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유이며, 그러나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닌 이유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경시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SW 특기자 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에서도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공학적인 의의를 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보았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을 가진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내신 성적은 학업 능력과 성실성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당신의 내신 성적이 낮다면 대학에서는 당신의 학업 능력, 수학 능력에 신뢰를 가지기 어렵습니다. 수업을 쫓아오지 못할 학생들을 대학에서 뽑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내신은 그저 인재를 평가하는 lower bound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학습 능력은 모자라지 않지만 전공에 치중하느라…’ equals ‘대학에 들어가서도 수업은 듣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할 것입니다.’

자신의 성실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의 성적이 낮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와 극복 의지, 또는 그에 걸맞는 수준의 실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SW 특기자 전형은 학생부 종합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언론에서는 대학들이 SW 사업에 큰 공을 들이는 것 처럼 이야기합니다. 대학들이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단한 관심이 있어 특기가 있다면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 처럼 이야기합니다. 너무나도 뻔한, 학원가를 위한 기사이지만, 대부분의 학우분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부분의 SW 특기자 전형은 학생부 종합의 연장선입니다. (일부 특기/실기 위주로 평가하는 학교는 논외로 치겠습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1차 서류 평가가 있는 전형의 대부분은 분명히 학생부 종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신이 있다고 반드시 붙는 것은 아닙니다. 내신은 인재를 평가하는 최소한의 lower bound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2018-03-14 내신이 낮다고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없다고 떨어지지는 않지만, 알고리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단, 여러분들에게 특출난 특기가 있다면 내신을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학생부 종합은 학생부 교과의 연장선입니다. 학생부 종합은 학생부 교과에서 비교과 활동이 추가된 것 뿐이며, SW 특기자는 학생부 종합에서 교외 수상이 추가된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SW 특기자 전형은 수상 실적이 꽤나 중요합니다. 그것이 알고리즘 또는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해커톤이나 공모전과 같은 수상 실적이 있다면 ‘나는 이 정도 상을 받는 대단한 사람이다’ 보다는 ‘나는 어떠한 앱을 왜 개발했는데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입시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장관상이 100개가 있더라도 당신의 코드 작성 능력은 대학에 한 치의 어필도 할 수 없습니다.


2018-03-14 보충 및 수정

  1. 나 [앱, 게임, 웹, etc.] 좀 "만들어봤다"라는 진부한 경험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2. 개발도 충분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개발을 하더라도 무엇을 개발했는가가 꽤나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개발’ 자체일 수도, 개발 ‘외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딥러닝의 수학적 지식, 네트워크 모델링 등은 꽤나 매력적일 수 있겠으나 “저 텐서플로우 할 줄 압니다” 같은 것들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3. 내신이 낮다고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꽤나 많은 특기자 합격생들의 내신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특기자들은 소위 ‘갓’이라 불리는 학생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내신이 무색할 정도로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내신은 그저 lower bound 정도의 역할입니다.

  4. 사실 이 글은 대학에 합격하고 난 후 선린 후배들을 위해 일기와 비슷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선린 친구들이 자만한 모습을 자주 보았기에, 이와 비슷한 후배들을 위해 작성한 글이어서 대부분의 독자분들과는 거리감이 있는 부분이 많을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블로그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이 찾는 페이지가 되었는데 이렇게 글이 유명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습니다. 방문자들 중에는 학생분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많이 계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관계자 또는 입시학원 관계자가 아닌 평범한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아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도 있구나’ 정도로 참고만 해주시길 꼭꼭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잘 준비하셔서 (열심히 해서 되는 시대는 옛날에 지났습니다. “잘” 준비해야합니다) 꼭 입시에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입시를 마친 현 시점에서 지금의 제가 가진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입시의 추상적인 이미지가 글에 온전히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았고 내년의 입시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언제나 예외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그 예외일 확률이 굉장히 낮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꽤나 불편하게 읽으신 분들도 많을 줄로 압니다. 입시에 대한 저의 생각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으며, 생각나는대로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읽는 고1, 고2, 예비 고1 여러분들은 부디 비판적인 시선으로 글을 곱씹어주시고 이 글이 여러분들의 미래를 그려나가는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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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수능을 이틀 남긴 고3 교실 안에서.

2017-11-19, 내용 추가

2018-03-14, 내용 추가/보충/수정

2018-08-29, 내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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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je.kwon

2017-11-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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