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에 대한 단상

높을 탁(卓) 넘을 월(越), ‘탁월함’의 사전적 정의는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남’이다.

한 번 떠올려보자. 당신은 탁월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떠올랐다면 생각해보자. 그는 어떻게 탁월해질 수 있었을까?

복잡한 질문이다. 꾸준함, 똑똑함, 성실함, 재능, 노력, 환경, …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인물을 상상하며 다양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당신의 답은 어떠한가?

탁월함의 다차원성

탁월함에는 많은 축이 있다. 이를테면 사랑, 헌신, 봉사, 공감, 이성, 끈기, 근지구력, 물병 던져서 세우기, 미적 감각, 분석적 사고, 사격, 순발력, 음식의 간 맞추기, 박스 조립, 단순 반복 작업, 근의 공식 계산, 대수기하, 수학, 절도, 단거리 경주에서의 초반 스퍼트, 장거리 달리기, 타인에게 상처주기, 전화번호 외우기, 매일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기, 절대음감, 와인 감별, …. 다양한 관점에서 탁월함을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비직관적인 탁월함을 편리하게 가늠해 보기 위한 방법을 도입할 것이다. 지금부터 탁월함과 강함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테면 (5329, 301, 3848, 2, …)과 같은 다차원의 탁월함을 압축하여 (3673) 같은 1차원의 강함으로 투영할 것이다. 이 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1만큼의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이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보의 손실이 큰 압축값이고, 이 수를 통해 절대적인 탁월함의 비교 우위를 정할 수는 없다는 점만 알고 가자. 단지 참고용이다.

탁월함의 잠재력

누구에게나 탁월함의 잠재력이 있다. 잠재력은 언제, 무엇에, 얼마나 탁월할 수 있을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최소잠재력, 현재잠재력, 최대잠재력, 성장가속도라는 개념을 도입하자. 가령, 철수의 현재잠재력은 [13, 3605] 사이에서 1999이고, 영희의 현재잠재력은 [2000, 41669] 사이에서 2000인 식이다. 성장가속도는 양수일 수도, 음수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 주어진 시작점과 환경 속에서 잠재력을 키워나간다.

여기서 누군가 인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과 수명은 유한하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유한한 인식을 가진다면 우리의 잠재력의 범위 또한 유한하다. 우리는 특정한 신체로 태어나 특정한 시간대에 살며 특정한 경험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잠재력이 유한한 범위를 갖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이 피아노 연주를 듣고 음의 강세를 느끼는 경험을 할 수는 없다. 이 사람은 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즐길 수는 있을지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간다.

덧붙이자면 이 글은 객관적인 글로써, 노력하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만큼 탁월해질 수 있다거나 잠재력이 낮으면 불행하다는 식의 맥락이 아님에 유의하자.

탁월한 사람의 특징

내가 탁월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느낀 점은 이 사람들은 전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비정상이라 표현했지만, 깊게 생각하면 사람은 누구나 정상이고 누구나 비정상이다. 사실 이들은 전부 비표준이다. 대부분의 것을 표준이라고 하는데, 탁월한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에 표준적이지 않다. 이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개성, 스타일이 있다. 나는 이렇게 엣지가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누구나 탁월함

탁월한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얼마나 탁월한가라는 표현은 이미 모두가 탁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탁월함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탁월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탁월하다는 사실에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만 탁월해질 수 있다. 이러한 공감은 득도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한 묘사 중 하나이다. 그들은 이를테면 2900만큼의 강함을 넘어선 후에 생각의 조각들을 다른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인지를 재구성한다.

탁월해지는 방법

생각에 관한 생각의 시작이 탁월함의 시작이다. 어떤 이유로든 생각을 그만두는 사람은 2900의 강함에 도달할 수 없다.

본인이 살던 세상을 부수고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의심하고, 질문하고, 이해하고, 수용한다. 생각에 아무런 편향이 없어야 한다. 모두 해체해서 공허가 된 세상에 본인만의 생각을 쌓아올린다. 남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쌓아 올려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모방이다. ‘어떤 생각’을 모방하거나, 모방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맥락과 정교함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 하나씩 나의 생각, 질문이 튀어나오게 된다. ‘어떤 생각’을 모두 해체할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을 소화할 수 있는만큼 탁월해질 수 있다.

대부분 눈치 챘겠지만, 사실 이것은 학습의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학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가로 논의해 보겠다.

탁월해짐의 선순환

탁월한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언제 얼마나 탁월한지가 중요하다. 일단 탁월해지면, 계속 탁월해진다. 현재와 미래의 강함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탁월해져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일찍 형성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다.

선순환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어가보도록 하겠다.

탁월함의 사례

나의 탁월한 능력은 ‘해줘’를 예술의 경지로 한다는 점에 있다. 막무가내로 물어보거나 요구하는 행위는 규탄의 대상이다. 진정한 ‘해줘’의 묘미는 ‘해주는 줄도 모르게 해주는 상황의 조성’과 ‘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맥락의 구성’이다. 이는 섬세한 공감, 순발력, 정교한 타이밍, 치밀한 설계, 다양한 사물의 응용 등을 필요로 하며, 경지에 오른 ‘해줘’에서는 회화성을 관찰할 수 있다.

“욱제님의 도는 ‘해줘’하는 도군요” - 2024년 9월 24일, 경부고속도로, 달리는 카마로 안에서.

탁월함의 전이

특정한 면에서 탁월한 사람은 다른 면에서도 쉽게 탁월해질 수 있다. 기존의 세상을 해체하고 새롭게 쌓아올리는 경험은 다른 면에서도 탁월해지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적당히 많은 면에서 적당히 탁월한 것으로는 전체적인 강함을 올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천부적인 탁월함

사실 환경이 엄청 중요하다. 운이든, 재능이든, 가정 환경이든 날 때부터 탁월한 사람 못 쫓아간다.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는 곡선이 존재할 수도 있고 평생 하향 곡선만 그려도 남들보다 탁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탁월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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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je.kwon

2024-12-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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